은행·규제기관, ‘양자컴퓨터 시대’ 대비 나섰다…암호화폐 전송 보안 시범 테스트
은행과 규제기관 관계자들이 양자컴퓨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전송 보안 기술을 시험하는 시범 사업에 나섰다.
현재 사용되는 암호체계가 미래의 고성능 양자컴퓨터로부터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선제적인 보안 검증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당장 기존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금융환경에 적용하기에 앞서 양자내성암호(PQC·Post-Quantum Cryptography)의 활용 가능성과 안정성을 점검하는 초기 단계의 테스트라는 점이 핵심이다.
은행과 규제기관이 함께 양자 보안 시험
이번 시범 사업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규제 분야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주요 목표는 디지털 자산이 서로 다른 시스템이나 지역을 오가는 과정에서 양자컴퓨터 시대에도 안전한 보안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은 개인키와 전자서명 등 암호기술에 크게 의존한다. 거래 승인과 소유권 증명 과정에서 암호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에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해 현재 널리 사용하는 일부 공개키 암호체계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면 금융기관과 블록체인 업계 모두 새로운 보안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하기 전에 대응 방안을 미리 시험한다는 의미가 있다.

‘양자 공격에 강한 암호’란 무엇인가
양자내성암호는 고성능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공격에도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 기술을 뜻한다.
현재 컴퓨터로는 현실적인 시간 안에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를 기반으로 여러 암호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가 충분한 성능을 확보하면 일부 암호 알고리즘의 안전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요한 점은 현재의 양자컴퓨터가 주요 블록체인과 금융망의 암호체계를 당장 무력화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권이 지금부터 준비하는 이유는 금융 인프라를 새로운 암호체계로 전환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왜 양자컴퓨터에 대비해야 하나
블록체인에서는 암호기술을 이용해 거래의 진위와 자산 소유 권한 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자서명 기술이 미래의 양자컴퓨터 공격에 취약해진다면 공격자가 정상적인 사용자의 권한을 침해하려는 새로운 보안 위험이 등장할 수 있다.
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전송하는 과정에서 인증과 데이터 보호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은 단순한 연구 분야를 넘어 장기적인 금융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문제가 현실화된 이후 대응하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새로운 기술의 성능과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검증하는 편이 유리하다.
NIST도 양자내성암호 표준화 추진
양자컴퓨팅 시대를 대비한 암호기술 전환은 금융권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오랜 기간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비한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의 표준화 작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2024년 8월 첫 번째 양자내성암호 표준 3종을 최종 확정하면서 정부기관과 기업 등이 향후 보안 시스템을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양자 위협에 대한 대비가 막연한 미래 예측에서 벗어나 실제 보안 인프라 전환을 준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금융기관의 이번 시범 사업 역시 이러한 국제적인 보안 전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규제기관까지 참여하는 이유
이번 프로젝트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기술기업이나 은행뿐만 아니라 규제 분야 관계자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자내성 기술이 실제 금융시스템에 적용되려면 단순히 기술적으로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금융기관의 보안 기준과 고객자산 보호, 내부통제, 데이터 관리, 사고 대응 체계 등 기존 금융규제와 조화를 이루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초기 테스트 단계부터 기술의 특징과 위험요인을 파악하면 향후 관련 감독 기준이나 규정 준수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은행은 기술의 실용성을 시험하고 규제기관은 새로운 금융 보안체계가 가져올 변화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당장 상용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소식이 양자내성 암호화폐 전송 시스템의 즉각적인 상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어디까지나 통제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시범 단계다.
실제 금융 인프라에 새로운 암호기술을 도입하려면 처리속도와 안정성뿐만 아니라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비용, 보안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은행마다 사용하는 시스템이 다르고 블록체인과 거래소, 수탁기관의 기술 구조 역시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술을 도입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암호체계가 다양한 금융 시스템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다.
거래소·수탁업체에도 중요한 변화
시범 사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는다면 향후 테스트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으로 결제와 정산, 디지털 자산 보관, 거래소 간 자산 이동 등이 양자내성 보안 기술의 주요 적용 분야로 거론될 수 있다.
특히 고객의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기관이나 대규모 자산 이동을 처리하는 거래소는 보안체계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암호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전환에는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수집해 미래에 해독’ 위험도 대비해야
양자 보안 분야에서는 미래의 위협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재의 데이터 보호 역시 중요하게 다뤄진다.
공격자가 암호화된 정보를 지금 확보해 보관한 뒤 미래에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이를 해독하려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오랜 기간 기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정보나 중요 데이터라면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부터 보안체계 전환을 검토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양자내성암호 도입은 단순히 ‘양자컴퓨터가 완성된 다음 대응하는 문제’라기보다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장기 보안 과제로 평가된다.
향후 핵심은 호환성과 표준화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시범 사업 자체의 성공 여부만이 아니다.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기존 은행 시스템과 블록체인 인프라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서로 다른 금융기관 사이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안전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국제적인 표준화 속도 역시 실제 도입 시기를 결정할 핵심 요소다.
특정 기관만 새로운 보안체계를 적용하는 것보다 은행과 결제업체, 거래소, 수탁기관 등이 서로 호환되는 표준을 사용하는 것이 금융망 전체의 보안을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 시대 대비하는 금융권
이번 시범 사업의 의미는 양자컴퓨터가 현재 금융시스템을 당장 공격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암호기술의 구조적인 변화에 금융기관과 규제기관이 사전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실제 양자내성암호가 금융권과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자리 잡기까지는 기술 검증과 표준화, 규제 정비, 기존 시스템 전환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은행과 규제기관이 공동으로 디지털 자산 전송 보안을 시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양자컴퓨팅 대응이 연구실 수준의 논의를 넘어 실제 금융 인프라의 장기적인 보안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시범 사업의 구체적인 결과와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 국제 보안 표준의 확산 속도, 금융기관의 실제 도입 일정이 양자내성 금융 보안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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